하지만 이런 우국원도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에선 힘을 못 쓴다. 19일 NFT 거래 플랫폼인 ‘클립드롭스’에 올라 있는 그의 NFT 작품 ‘I’ll tell you tale’ 가격은 30만7800원. 작년 말 거래가가 300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10분의 1 토막’ 난 셈이다.
NFT 미술시장의 ‘슈퍼스타’인 장콸(33)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NFT 작품 ‘미라지 캣3’을 2억5400만원에 판매한 바로 그 작가다. 하지만 이후 그의 NFT 작품 가격은 추락하고 있다. 최고 375만원에 팔렸던 ‘You are not alone 2’의 이날 매도 호가는 70만원대였다. ‘업비트 NFT’에 이 작품을 올린 매도자는 자신의 ID를 “제발 구매해 주세요”로 적었다.
‘NFT 본고장’인 미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말 기준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의 NFT 경매 낙찰총액이 460만달러(약 60억원)에 그쳤다고 최근 보도했다. 지난해 크리스티의 NFT 경매 낙찰총액(1억5000만달러)의 32분의 1 수준이다.
이런 하락세는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자산시장 위축과 암호화폐 가격 급락 트렌드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애초 NFT 작품 수요의 대부분은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술계 관계자는 “NFT 구매자 대부분이 암호화폐로 큰돈을 번 뒤 재미 삼아 작품을 산 사람”이라며 “암호화폐 급락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NFT를 투매하는 이들이 급증한 것”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NFT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도 식고 있다. 박원재 원앤제이갤러리 대표는 “지금 미술 NFT 시장에는 거품이 잔뜩 껴 있다”며 “NFT 미술 사업을 한다면서 기초적인 개념도 모르고 ‘눈먼 돈’을 끌어모을 생각만 하는 사업자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미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게 아니라 일종의 ‘멤버십 회원권’ 역할을 하는 NFT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컨대 BAYC는 작품 수가 총 1만 개로 한정돼 있다. 작품 소유주들끼리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고, 미국프로농구(NBA) 선수인 스테판 커리와 팝스타 저스틴 비버 등이 여기 가입돼 있다. BAYC 구매자들은 원숭이 그림을 사는 게 아니라 부자와 유명인들의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권’을 산다는 얘기다.
이런 특장점을 갖추지 못한 NFT는 하나둘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MBC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무한도전 특집 NFT가 단적인 예다. MBC는 지난해 NFT 거래 플랫폼인 CCCV를 통해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위대한 유산’ 로고 NFT를 각각 300만원에 판매 등록했지만, 오랜 기간 구매 희망자가 없자 최근 이를 삭제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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